하루 새 8600억 '증발'…잘 나가던 제약·바이오株 무슨 일이?

입력 2024-04-03 07:30   수정 2024-04-03 07:50


오름세를 보이던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파란불을 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서다. 수급도 대형 반도체주로 쏠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는 5일 개회를 앞둔 미국암연구학회(ACCR) 효과를 더 이상 누리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알테오젠은 1만6300원(8.75%) 하락한 1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조8761억원에서 9조120억원으로 하루 만에 8640억원이 증발했다. 지난달 1만7000원대까지 치솟았던 바이넥스는 10.35% 내려 1만3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최근 급등한 삼천당제약은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관련 특허 소송에 휘말렸단 설까지 겹쳤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주가는 18% 가까이 폭락했다. 한올바이오파마(-6.53%), 대웅제약(-4.88%), 종근당(-3.23%), 셀트리온제약(-2.71%) 등 제약·바이오주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게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문가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면 우리의 금리 정책은 명백하게 달라질 것이다. 가령 우리는 현재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었다. 이에 지난 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30%를 돌파했다.

이에 더해 3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을 크게 웃돈 50.8로 발표됐다. PMI의 기준선은 50으로, 이를 넘으면 경기 확장을 나타낸다. 경기가 좋으면 중앙은행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는 금리 이슈에 과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컸던 최근 상황에선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가도 꽤 올랐기 때문에 조정 국면에서 하락폭도 그만큼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꺾였다고 볼 순 없는 상황임에도 제약·바이오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다"며 "악재가 터지자 차익 실현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주에 수급이 쏠리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제약·바이오주를 팔아 차익을 실현한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로 종목을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반도체주는 업황 개선에 따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3대 암 학회'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암 연구학회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주는 보통 암 학회를 앞두고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회사가 이 자리에서 신기술을 발표하고, 기술 거래를 타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개회 후엔 재료 소멸로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학회 현장에서 기술 거래와 같이 실질적으로 바이오텍의 실적을 성장시킬 만한 이벤트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이번 AACR을 앞두고서는 금리로 인한 바이오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이 앞당겨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매년 암 학회가 열리기 한 달 전 초록을 발표할 때부터 제약·바이오 주가는 서서히 상승세를 탄다"며 "ACCR 말고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9월 유럽종양학회(ESMO) 때도 반복되던 주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이 국내 반도체 섹터로 급격히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암 학회에 따른 기대감도 금방 꺼졌다"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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